간호사 제니할매 이야기 '주변에 치매환자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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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치매환자가 있다면
돌아오는 길을 잊은 사람들
“Andrew씨가 안 보여요!”
돌봄 시설에서 이 말이 들리면 직원들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방에도 없고, 화장실에도 없고, 늘 앉아 계시던 자리도 비어 있다. 조금 전까지 분명히 계셨는데, 사람이 소리 없이 사라진 것이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였다.
Andrew씨는 면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보호자를 뒤따라 나가 지하 주차장을 거쳐 밖으로 빠져나갔다. 직원들이 이곳저곳을 찾아 헤맨 끝에 아들과 연락이 닿았다. 다행히 손목에 착용한 위치추적 팔찌를 통해 두 시간 만에 찾을 수 있었다.
찾아서 다행이라는 말 뒤에는, 누구도 쉽게 입 밖에 내지 못한 두려움이 남았다.
팔찌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플루트는 기억하는데, 돌아오는 길은 잊었다
Andrew씨는 백발이 근사한 분이었다. 영화배우라고 해도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멋진 외모에, 전공도 아니라는 플루트 연주는 또 어찌나 훌륭한지.
그런데 그분에게는 돌아오는 길을 잊는 병이 있었다.
틈만 나면 밖으로 나갔다. 직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경로를 찾아 나가니, 지켜보는 사람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반복되는 이탈로 시설에서도 돌봄을 감당하기 어려워졌고, 그는 쫓겨나듯 여러 곳을 옮겨 다녀야 했다.
겉으로 보면 멀쩡히 걷고, 악기도 잘 다루는 어르신이다. 그러니 잠깐 마주친 사람은 그분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조차 모를 수 있다.
나는 그 대목이 참 안타깝다. 멋진 외모도, 아름다운 연주도 그분을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다주지는 못하니 말이다.
‘예쁜 치매’와 ‘미운 치매’ 사이
치매의 원인은 여러 가지이며, 가장 흔한 것은 알츠하이머병이다. 대체로 시간이 흐르면서 진행되지만, 증상과 돌봄의 어려움은 사람마다 다르다. 완치가 어렵다고 해서 도움받을 방법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치료와 돌봄으로 증상을 다루고 생활을 도울 수 있다.
돌보는 가족들은 때로 ‘예쁜 치매’, ‘미운 치매’라고 말한다.
도움을 편안히 받아들이는 분도 있지만, 누군가 물건을 훔쳤다고 의심하거나, 보이지 않는 사람을 보고 두려워하거나, 밤낮없이 밖으로 나가려는 분도 있다.
밤새 현관문 소리에 귀를 세우고 살아본 사람에게 “마음을 넓게 가지세요”라는 말은 너무 가볍다. 사랑하는 가족이어도 지친다. 짜증을 냈다가 미안해지고, 잠깐 쉬고 싶다가도 죄책감이 든다.
다만 그 표현이 환자의 성품을 판정하는 말이 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환자도 자신에게 일어나는 혼란을 감당하고 있을 테니까.
돌보는 사람의 고단함도, 환자의 두려움도 함께 보아야 한다.
기억 대신 준비해둘 것들
주변에 치매환자가 있다면 신분과 보호자 연락처를 확인할 수 있는 팔찌나 목걸이를 준비해두면 좋겠다. QR코드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QR 신분표 자체가 위치를 추적해주는 것은 아니다. Andrew씨가 착용한 위치추적 장치와는 기능이 다르다.
위치추적 장치도 착용 상태와 배터리, 작동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장치 하나만 믿기보다 출입 알림과 동행, 가족과 시설 사이의 연락 계획을 함께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실종되었다면 “조금 있다 돌아오겠지” 하며 기다리지 말아야 한다. LA카운티는 즉시 911에 연락하고, 위치추적 장치 착용 여부도 알리도록 안내한다. Andrew씨를 두 시간 만에 찾은 것은 다행스러운 결과이지, 두 시간을 기다려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길에서 혼자 서성이거나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어르신을 만나면, 잠깐 걸음을 멈춰보자.
“어르신, 어디 가세요?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그 한마디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가족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말이 될 수 있다.
치매를 돌보는 일은 한 사람의 정성만으로 버티기에는 너무 길고 힘들다. 가족도 쉬어야 하고, 시설도 도움받아야 하고, 이웃도 조금은 눈여겨봐야 한다.
Andrew씨에게는 아직 아름다운 플루트 연주가 남아 있다.
그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그분의 돌아오는 길도 함께 살펴주었으면 좋겠다.
기억이 흐려진 자리까지 사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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