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제니할매 이야기 '간호는 힘이 아니라 요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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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는 힘이 아니라 요령입니다
방문간호사가 깨달은 진짜 간호의 기술
“간호는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요령으로 하는 것입니다.”
간호사로 일하면서 자주 받은 질문이 있습니다.
“간호사들은 힘이 세서 환자를 번쩍번쩍 드는 거죠?”
아닙니다. 힘이 좋은 사람보다 오래 버티는 사람은 요령을 아는 사람입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오늘은 와상 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날
오늘의 방문지는 LA 한인타운이었습니다. 예전에는 길을 걸으면 한국말이 더 많이 들렸지만, 요즘은 멕시코계와 중국계, 중남미 이민자들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세월이 흐르면 동네도 변하고, 사람도 바뀌고, 문화도 달라집니다.
주소를 찾아가 오래된 다가구 아파트(Multifamily Apartment) 앞에 차를 세웠습니다. 이런 집에서는 여러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집에 일곱 명, 여덟 명, 심지어 방 하나에 이층침대를 여러 개 놓고 사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모두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현실은 그리 넉넉하지 않습니다.
문을 여는 순간
초인종을 누르자 돌보미(Caregiver)가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문이 열리는 순간, 저는 속으로 말했습니다.
“아… 오늘 쉽지 않겠구나.”
방 안에는 오랫동안 정리하지 못한 생활의 흔적이 가득했습니다. 환자는 오랜 시간 침대에서 생활하고 있었고, 침구와 주변 환경도 손길이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산소 호스는 여기저기 엉켜 있었고, 필요한 물건과 필요 없는 물건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식사는 끝났지만 그릇은 그대로 남아 있었고, 환자의 피부에는 압박 때문에 세심하게 살펴야 할 부위도 보였습니다.
처음 방문한 간호사라면 머릿속이 하얘질 수도 있습니다.
‘도대체 어디부터 시작해야 하지?’
하지만 저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습니다.
간호사는 먼저 방부터 치료합니다
혈압과 체온을 확인한 뒤 장갑을 끼고 돌보미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먼저 방부터 정리해요.”
때로는 환자를 돌보기 전에 공간부터 바꿔야 합니다. 침대 주변을 정리하고 필요 없는 물건을 치운 뒤, 꼭 필요한 것만 손이 닿는 곳에 둡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침대를 벽에서 떼어냅니다
침대가 벽에 딱 붙어 있으면 방이 넓어 보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누워서 생활하는 환자를 돌볼 때는 무척 불편한 배치입니다.
환자의 자세를 바꾸고, 피부를 살피고, 몸을 씻기고, 기저귀와 침구를 교체하려면 침대 양쪽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침대가 벽에 붙어 있으면 환자 한 사람을 돌보는 일이 두 배로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침대를 벽에서 떼어 방 가운데로 옮겼습니다. 그래야 돌보미도, 치료사도 환자에게 훨씬 편하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구 하나의 위치를 바꾸었을 뿐인데 간호가 달라졌습니다. 무엇보다 환자가 더 안전해졌습니다.
중환자실이 제게 가르쳐준 것
저는 중환자실(ICU) 간호사로 일했습니다. 미국 중환자실에서는 간호사 한 명이 보통 한두 명의 환자를 담당합니다.
환자의 대소변을 치우고 몸을 씻기며, 옷을 갈아입히고 약을 투여합니다. 주사를 놓고 상태를 관찰하다가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대처해야 합니다.
때로는 제 몸무게의 서너 배나 되는 환자를 돌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매번 힘으로 들어 올리며 버틸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일했다가는 환자보다 간호사의 허리가 먼저 쓰러집니다.
환자를 움직이는 데도 요령이 있습니다
환자의 자세를 바꿀 때도 순서와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무릎 사이에 베개를 넣어 관절을 보호하고, 몸이 갑자기 비틀어지지 않도록 준비합니다. 그다음 몸 전체가 한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체중을 이용해 천천히 돌립니다.
간호사는 팔의 힘보다 몸의 중심을 사용하고, 허리보다 다리를 먼저 써야 합니다. 필요할 때는 혼자 무리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도움이나 안전 장비를 이용해야 합니다.
작은 요령 하나가 환자의 통증을 줄이고 간호사의 부상도 막아줍니다. 이런 기술은 책에서도 배우지만, 몸에 익는 것은 결국 현장입니다.
정리가 끝난 뒤에야 보인 얼굴
방이 깨끗해졌습니다. 침대 위치도 바뀌고 산소줄도 가지런해졌습니다. 돌보미의 얼굴에도 조금씩 여유가 돌아왔습니다.
그제야 침대에 누운 할머니의 얼굴이 제대로 보였습니다.
처음 방에 들어왔을 때는 엉킨 산소줄과 어지러운 물건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주변이 정돈되고 나니, 그 한가운데 누워 있던 사람이 보였습니다.
간호는 병만 바라보는 일이 아닙니다. 한 사람이 조금이라도 안전하고 사람답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젊은 시절에는 몰랐습니다. 중환자실을 뛰어다니고 야간근무를 하며, 무거운 환자를 하루에도 몇 번씩 옮기던 그때는 제가 늙을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비가 오려고 하면 무릎이 먼저 압니다. 허리가 일기예보를 하고 어깨도 한마디 거듭니다.
“오늘은 좀 쉬자.”
그래서 저는 웃으며 묻습니다.
“아프냐?”
그러면 제 몸이 먼저 대답합니다.
“나도 아프다.”
제니할매의 한마디
젊을 때는 힘으로 일했습니다. 조금 나이가 드니 기술이 생겼고, 더 나이가 드니 사람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압니다. 간호도, 살림도, 인생도 오래 잘해내려면 어느 정도의 요령이 필요하다는 것을요.
힘은 세월과 함께 줄어들지만, 경험에서 얻은 요령은 나이가 들수록 깊어집니다.
오늘도 저는 다음 환자를 만나러 갑니다. 조금 느려졌고 여기저기 아픈 곳도 늘었지만, 여전히 웃으며 말합니다.
“괜찮아요. 우리, 하나씩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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